<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성형외과 원장 등 병원 관계자들이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의료 외 목적으로 247차례에 걸쳐 프로포폴 2만1905ml를 상습 투약해 매출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벌어들인 금액만 5억5000만 원. 지난 2011년 2월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이래 역대 최고 금액이다. 이 밖에도 전국 병원을 돌며 프로로폴 등 마약류 수면유도제를 상습 투약하고 병원비를 미납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중독자부터 의사까지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형국이다.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 시스템 ‘뚫렸다’
-전국 돌며 수면유도제 상습 투약한 30대 붙잡히기도


지난 16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태권)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 혐의로 서울 강남 소재 성형외과 원장 A(50)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부원장 B(38)씨 등 4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나머지 상습투약자 6명은 약식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4월에서 6월까지 환자 10명에게 의료 외 목적으로 247차례에 걸쳐 프로포폴 2만1905ml를 상습 투약한 뒤 5억5000만 원 매출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투약한 프로포폴은 20ml를 주사하면 30분 수면이 가능한 앰플로, 상습투약자들로부터 매입가 2098원의 172배 금액인 5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에 있는 병상 대부분은 진료 목적이 아닌 중독자들의 프로포폴 투약을 위해 제공됐다.

통합관리시스템
102차례 거짓 보고


일당은 같은 해 5~7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102차례 거짓으로 보고하거나 보고를 누락한 혐의도 있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서 보고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의료용 마약류 최초 제조부터 최종 투약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전산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구축해 지난 5월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식약처는 중점 관리 대상으로 마약과 향정약(향정신성의약품)을 포함해 리더기를 이용한 일련번호 정보 등을 취급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처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시행됐음에도, 현행 마약류 관리법상 프로포폴을 관리하는 병‧의원이 프로포폴 투약 사실과 보고를 누락하거나 진료기록부를 조작한다면 사실상 이를 적발하기 힘들다.

검찰은 지난 3~8월 강남 호텔 등지에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C(32)씨, C씨에게 34차례에 걸쳐 1억300만 원을 받고 프로포폴 5020ml를 투약해준 병원 영업실장 출신 판매자 D(43)씨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특히 C씨는 같은 기간 강남 일대 병원을 돌면서 81차례에 걸쳐 프로포폴 1만335ml를 상습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중독치료 목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중에도 외출해 지속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프로포폴은 심각한 오남용과 불법 투약 사례로 인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서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됐다. 검찰은 지난 2010년~2017년 국립과학수사원 부검 내역 중 프로포폴로 인한 사망자가 61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의료용 마약류를 남용하는 의료인들에 대해 수사 및 범죄수익 환수를 철저하게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치료 핑계로
상습 투약 덜미


지난 7월에는 수면 위‧장 내시경 검사 등 치료를 핑계로 전국 병원에서 프로포폴 및 수면유도제를 상습 투약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E씨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및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지난 7월 밝혔다.

E씨는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서울, 대전, 청주 등 전국 48개 병원을 돌며 수면 위‧장 내시경 검사 등을 받고 이중 22개 병원에서 수면유도제인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아네폴, 바스캄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20여 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아무런 병증이 없음에도 체중 감소 등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해 내시경 검사나 항문치료, 침술치료, 도수치료를 받은 후 야간에 도주하는 방식으로 병원비 2100여만 원을 미납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E씨는 병원 시스템상 환자의 진료 및 입원 기록이 공유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전국 각지 병원을 돌면서 매번 처음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처럼 의사를 속였다. 또 향정신성의약품을 한 번이라도 더 투약받기 위해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따로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치료감호소에서 나온 지 하루 만에 같은 수법으로 마약을 투약해 오다가 병원비를 미납한 한 병원에서 E씨를 고소하면서 꼬리가 밟혔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병원에 내시경 검사를 하는 방식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등 전과가 총 26차례 있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이 같은 동종 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보험시사평가원과 구축한 핫라인을 통해 E씨가 경남 창원에 위치한 한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검거해 다음 날 구속했다.

역설적으로 E씨는 경찰 조사에서 모든 범행을 시인하면서 “이전 치료감호소에서 받은 치료가 아무 효과가 없어 자포자기 상태로 계속 마약을 투약해 왔는데 오히려 검거돼 다행이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환자의 진료 및 입원 기록은 민감한 개인정보이므로 그 내역을 전체 공개할 수는 없지만, 마약류 오남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진료기관 간 최소한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방안이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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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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