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 국정감사에 일반 증인으로 참석한 리차드 윤(왼쪽부터) 애플코리아 대표,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권영수 LGU+ 부회장, 황창균 KT 회장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2018년 국정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피감기관들보다 오히려 민간 기업들이 신음하는 모습이다. 올해 역시 기업인들을 줄줄이 증인으로 소환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던 사안들을 따져 묻는 풍경이 연출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언제부터인가 ‘국정감사’는 ‘기업감사’가 된 지 오래”라는 푸념마저 들린다. 한편 국회의원들의 ‘증인 채택 요구’ 와 대기업 관계자들의 ‘채택 제외 설득’의 물밑 협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회 문제 해결인가, 기업인 세워놓고 화제 만들기인가
“우리 좀 빼 달라” 기업 관계자 국회에 읍소


정기국회의 꽃이라고 불리는 국정감사는 10월 10일부터 29일까지 20일에 걸쳐 실시된다. 국정감사란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데 매해 국정감사가 반복될수록 민간 기업들이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해 국정감사장은 각 기업의 잘잘못을 따지겠다는 명목으로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하기 일쑤고 대중의 관심도 ‘국정’보다 ‘기업’으로 몰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17대 국회에서 연평균 52명이던 기업인 증인은, 18대 때 77명으로 증가했다. 이후 19대 국회에서 연평균 124명을 기록한 기업인 증인 수가 2016년 20대 국정감사에서 150명으로 늘었다.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10월 10일부터 3주간 진행되는 국감을 앞두고 거론되는 기업인들만 수십 명에 이른다. 또 해당 명단의 증인 채택 여부를 둘러싸고 여의도 일대가 떠들썩한 상황이다.

“최고책임자 나와”

앞서 이정미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은 2018년 정기 국정감사에서 SK 최태원 회장,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대우건설 김형 대표이사(폐기물 불법 매립 사건 관련)를 증인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이정미 의원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삼성전자 기흥공장 이산화탄소 누출사고 관련), 삼성전자 이상훈 의장(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관련), 스마일게이트 장인아 대표(장시간 노동 관련) 등을 주요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한 바 있다.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단 협의 과정에서 신청 증인들이 대부분 배제되고 언급된 인물들 중 장인아 스마일게이트 대표이사만 이번 증인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기업인들을 향한 감사가 전방위적으로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또 추혜선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의원은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포스코 ▲조선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현대자동차 ▲한화 ▲골프존 등 갑(甲)질 의혹을 받는 대기업 대표이사·임원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협상 전 증인 명단이 유출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던 국토위원회의 경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가족경영 비리의혹 규명 등)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아시아나 기내식 지연문제 등)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차량화재 관련) 등이 증인으로 거론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증인으로 불려나올 가능성이 있는 기업인 명단은 대폭 늘어난다.

우선 돌비를 비롯해 구글·애플 등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요 ICT기업 경영자들이 국정감사장에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 해당 인원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거래·영업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

금융권 최고경영자들의 증인 출석 여부도 관심 대상이다. 올해 상반기 채용비리와 대출금리 조작 등 부정적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관련 금융권 인사들이 증인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KB금융, 하나금융, 신한금융과 대출금리 부당산정으로 논란을 빚은 BNK경남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이 증인으로 소환될 수 있다고 예상된다.

아울러 정무위원회 2018 국정감사 기관증인 명단에 따르면 올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22개 기관에서 총 271명의 증인을 소환한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을 비롯한 현안 질의를 위해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게임사 창업주 소환을 추진한다.

“망신당하기 싫어”

한편 국정감사 기업인 증인 신청 소식이 쌓일수록 기업 관계자들은 총수를 증인 채택에서 빼려 물밑에서 움직이고 해당 상임위원회를 돌아다니며 정보 수집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 국정감사장에 들어가면 변명할 기회조차 없이 호통만 듣다 끝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비판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망신당하기를 피하자’는 인식도 어느 정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회가 국정 감시자 역할과 올바른 산업 구조와 기업 활동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지는 최종 확정되는 증인 명단을 통해 일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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