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환자 간 지지·공감대 형성으로 기능 회복 도와야…

대부분의 환자는 신체증상장애가 나타나면 가장 먼저 정밀 검사를 통해 그 원인을 찾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렇지만 다양한 검사를 해도 분명한 증상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정신건강의학과로 의뢰되는 일이 종종 있다. 처음에 정신건강의학과로 진료 권유를 받았을 때,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더 검사를 받기 위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결국 원인을 찾지 못하고, ‘정신적인 요인이 과연 무엇일까?’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면서 마지못해 진료실 문을 두드리게 된다. 이때 진료 의뢰를 권유하는 의사도 환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권유를 조심스러워 한다.
신체 증상 및 관련 장애는 다양한 신체 관련 증상과 징후를 환자가 경험하고 걱정하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이상 소견을 찾지 못해 환자의 일상생활과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이 질환은 마음과 신체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이루어지며 환자를 평가할 때 심리적 요인이 어느 정도 관여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가상이거나 의식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고 실제로 불편함과 통증을 경험하는 것이며, 신체 증상을 통해 환자 역할을 하면서 2차 이득을 얻으려는 무의식적 동기가 있을 수도 있다.
신체증상장애 환자들은 건강 문제가 삶의 중심에 놓여 있고, 신체 증상에 대한 역치가 낮아 쉽게 불편감을 느끼고, 작은 신체 압박에 대해서도 강한 통증이나 불편감을 호소한다. 우울과 불안 증상이 흔히 동반·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데, 오랜 기간 별 증상이 없는 휴지기를 갖다가 어느 시기에 증상이 나타나면 수개월 혹은 수년간 지속된다.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증상의 시작이나 악화와 분명한 연관이 있다.
치료는 내부 자극에 몰입하는 예민한 환자에게 외부 자극으로 관심을 돌리도록 하는 주의 전환이 환자의 신체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며, 우울과 불안증상 같이 약물에 반응할 만한 목표 증상이 있을 때 약물치료가 도움이 된다.
질병불안장애는 분명한 신체 증상이나 징후가 없는데도 자신이 심각한 질환에 걸렸거나 질환이 생기고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6개월 이상 갖는 경우를 말한다. 주변 사람들이나 의료진의 설득·검사에서 음성이 나온다고 해도 바뀌지 않으며, 그 믿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질환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다음으로 전환장애는 갑작스러운 감각이나 수의운동의 기능 상실로 나타나는데, 팔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거나 마비, 떨림, 실신 등을 보일 수 있다. 또한 말을 하지 못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데, 처음에는 신경계 장애나 내과 질환을 의심하게 되고, 정밀검사를 시행해도 원인이 될 만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심적 갈등이나 스트레스가 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여, 심적인 요소가 밀접히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때 환자는 스스로 증상을 조절할 수 없으며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다. 증상 형성은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환자 자신은 증상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환자에게서는 증상을 통하여 불리한 현실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이득 추구의 동기가 엿보인다.
일부 환자에서는 자신의 기능 상실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고 무관심한 듯 보이는 태도를 관찰할 수 있다. 주로 사춘기나 성인 초기에 발병하며, 여성에 월등히 많아 남성의 2~10배에 이른다. 남성의 경우에는 전쟁 상황에 놓인 군인이나 형무소의 죄수에서 많이 발생한다. 만성화되면 환자 역할이 고정되고 퇴행될 수도 있으므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다음으로 인위성장애 환자들은 자신의 병력이나 만성적이고 복잡한 증상들을 꾸며내어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닌다. 이 환자들의 일차적인 동기는 단순히 의학적 치료를 받고자 하는 것이며, 해야 할 일을 회피하거나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함은 아니다. 이들의 목적은 환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신체적 증상을 가진 인위성장애 환자의 대부분이 여성으로 남자의 3배에 달하며, 평균 연령은 20대에서 40대 사이로 간호나 의료 관련 직업에 종사하거나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환자들의 특징은 입원을 자주하는 것이고, 심한 형태로는 신체 증상을 만들어 내어 많은 병원에 입퇴원을 반복하여 치료자를 혼란시키는 뮌하우젠 증후군(Munchausen syndrome)이 있다. 질병을 의심할 만한 증상을 호소하고, 일부러 체온을 높게 보이려고 체온계를 손으로 비비는 등의 행동을 하고, 의도적으로 병의 증상을 만들기 위해 인슐린을 맞아 저혈당을 만들기도 한다. 우울, 망상, 환청 등을 호소하고 이상한 행동을 해서 마치 정신병처럼 보이기도 하고, 수술이나 검사를 자꾸 받으려 하거나 자신의 증상에 대해 말하려는 욕구를 많이 보인다. 이와 같은 경우 치료가 어렵고, 병의 경과에 따라 입원이 반복되며 이로 인해 직업이나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생긴다.
신체 증상 및 관련 장애 환자들이 호소하는 신체 증상들을 심리적인 요인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무시하거나 무관심해서는 안 되고, 지지적이고 공감적인 태도로 환자의 기능이 회복되도록 도와야 한다. 계획적으로 행해지는 신체검사는 환자를 안심시키고 의사-환자 간의 치료 관계를 만들어 가는 데 중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