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에서 바다 하면 생각나는 영웅이 장보고와 이순신이다. 5월31일이 ‘바다의 날’로 지정된 이유는 장보고가 해상권을 장악하고 중국·일본과 무역하기 위해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해양산업은 중요하며 바다는 우리 민족의 생존과 번영이 달려있는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일찍이 육당(六堂) 최남선 선생은 ‘바다와 조선민족’이란 글에서 해양입국(海洋立國)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을 구원할 자는, 한국을 ‘바다의 나라’로 일으킬 자”라고 갈파한 바 있다. 또한 미국 폴 케네디 교수는 ‘미래 국가 해양전략포럼’에서 “한국은 조선업, 수산업, 해운업 등 바다 관련 산업의 강세로 해양강국이 되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칭찬한 바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에 도달하는 데 독일은 6년, 일본은 4년, 스위스는 단 2년 걸렸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6년 2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12년째 3만 달러 수준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경제가 ‘2만 달러의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다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 등 해양강국이 세계의 패권을 장악했다는 말이다. 신라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이유 중 하나는 해군력의 강화와 해양 지배력에 있었다. 우리나라는 해운 및 조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해양강국이다.

따라서 이제 신성장동력을 바다에서 찾아야 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드넓은 해수면, 3000여개의 섬은 큰 해양자원이다. ‘바다의 나라’를 일으키는 첫걸음은 바다에서 4차 산업혁명인 해양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이뤄내야 한다.

마리나·해양레포츠 등 해양관광산업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리나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워라밸 확산에 걸맞은 새로운 문화산업이며, 주변의 아름다운 해안과 조화를 이뤄 지역의 가치를 높일 수 있어 관광시장을 이끌어 갈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세계 레저선박 수는 2900만 척이며, 시장규모는 50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 마리나항만 2만3000여개 중 90%가 북미·유럽에 위치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한·중·일에서 마리나의 성장동력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레저선박 수는 매년 3.8배 정도로 꾸준히 증가해 2015년 기준 1만5172척이며, 조종면허 취득자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에는 16만8618명에 달한다.

정부는 마리나 이용인구 확대에 대비해 2009년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가칭 마리나항만법)’을 제정했으며, 2013년에는 전국 6개 지역에 거점형 마리나 항만을 조성하기 위해 1개 지역당 300억원의 국비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마리나에서 파생하는 산업효과는 엄청나다. 마리나항만 개발은 요트·보트를 즐기는 것을 포함해 배후단지의 레저보트 산업(요·보트의 제작, 매매 및 대여, 수리·정비, 정박), 교육, 금융, 숙박, 식음료 제공 시설 등을 모두 갖춘 복합레저 공간을 지칭하는 것으로 확장됐다.

해양수산부는 마리나지구에 대해 주거시설 입지허용, 대여업 허용, 회원권제도 도입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민자 유치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마리나의 신성장 동력화를 위해 마리나를 국정과제로 선정해 마리나의 조기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해양 르네상스’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해양수산부의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가 이를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동양건설산업은 포항 두호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에 대한 실시협약을 체결, 국내 1호 민간제안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의 시행자가 됐지만 민간 사업자의 투자회수 방안과 관련된 지자체의 이해부족으로 현재까지 지지부진하다.

선진국 레저스포츠 문화의 끝은 요트다. 요트문화는 마리나를 전제로 한다. 우리나라 마리나는 이제 출발점에 서 있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전국의 마리나항만은 총 33개소 2331선석 규모로, 이는 전체 등록 레저선박의 15.4%만을 수용할 수 있다. 따라서 더 많은 민간 사업자들이 마리나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없애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또한 CIQ(세관, 출입국, 검역) 시설을 갖춰 해외 유수의 마리나 선박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해외 초대형 호화 요트 정박 유치를 위한 국제적인 마리나항의 위상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부산 수영만 요트장처럼 마리나항의 선박계류 규모가 600척 이상 되는 대단위 조성도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내륙보다 더 넓은 바다에서 결정될 수 있다. 경부고속도가 한국 경제발전과 함께해온 것처럼 마리나가 미래 한국경제의 보고(寶庫)가 될 수 있다. 해안선을 잘 활용하고 바다를 보다 깨끗이 보존하면서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도록 마리나산업을 전개한다면 마리나 분야에 무궁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마리나를 통해 해양르네상스시대를 앞당겨 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 우리나라가 관광 해양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해양정신 함양이 뒷받침 돼야 한다. 마리나 산업 육성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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