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의 목표는 백전백승의 전략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부전이승(不戰而勝)’의 전략이다. 민족문제인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더 말할 나위 없다 하겠다.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서는 적과 나의 사정을 잘 살피는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전(停戰) 60년이 된 지난 2013년 실시한 역사인식 조사에서 젊은이들의 반수 이상이 6·25전쟁의 발발 연도를 모르고, 남침·북침 구별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큰 충격을 주었다.

북한을 알아야 북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역지사지 해보자. 핵은 김정은 정권의 본질이다. 김정은은 결단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북핵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 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정부는 이 중 상당액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쓰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북 핵을 머리에 이고 백척간두에 서 있다. 북한은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2월 7일에는 장거리 미사일인 ‘광명성 4호’를 발사했다. 정부는 이를 응징하기 위해 지난 10일 12년 만에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는 김정은이 스스로 선택한 자업자득이다.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남북경협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중단을 뜻한다. 나아가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 목표가 핵포기 견인이 아닌 김정은 정권 교체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기존의 대응 방식으로는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계획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중국 등에서 “한국이 개성공단을 통해 북에 달러를 공급하면서 다른 나라에 강경 제재를 요구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결정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對北) 제재를 이끌어내기 위한 선제적 조치이기도 하다. 한·미는 앞서 지난 7일 사드 논의를 공식화했다. 이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유감 표명에 그친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북의 도발은 강 건너 불 보듯 하면서 도발방어대책을 위한 한국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은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때리는 사람보다 말리는 놈이 더 밉다”는 옛 속담이 딱 들어맞는 형국이다. 겉으로는 위하여 주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해(害)하는 중국의 표리부동한 입장을 우리는 냉철히 직시하고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야당은 대북결의안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드 배치와 개성공단 폐쇄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이같이 국론을 분열시키는 자세는 중국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이적(利敵)행위나 다름없다 하겠다.

한국의 정당 목표는 ‘정쟁(政爭)’을 통한 ‘집권(執權)’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 ‘이민위본(利民爲本)’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집권 새누리당은 안보정당의 기치를 걸고 총선에서 자위적 차원의 핵무장에 관한 논의로 승부해야 한다. 핵 전문가를 비례대표로 영입하여 이를 뒷받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권을 목표로 뛰고 있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에서 10년 넘게 잠자고 있는 북한인권법과 테러방지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특히 북한인권법 제정 반대는 종북(從北)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문제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지킬 수 없으면 국가를 유지할 수 없다. 우리의 안보를 우리 스스로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없으면 우방이 도와줄 리 만무한 법이다. 이는 마치 내 집에 불이 났는데 집안 식구들은 불구경만 하고 소방대원들이 와서 불을 꺼주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폐쇄조치는 과거 1〜3차 북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때보다 한층 강화된 최후의 초강수 조치다.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다양한 기습 도발 등 극단적인 행동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개성공단이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

벌써부터 야당 일각에선 ‘선거를 앞둔 북풍(北風) 전략’이라며 정부의 고육책을 총선용 술책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야당은 더 이상 대안 없는 유화론과 몽매한 평화론으로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자유와 평화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말이 있다. ‘천하가 비록 아무리 편안할지라도, 전쟁을 잊어버린다면 반드시 위기가 찾아온다(천하수안 망전필위 天下雖安 忘戰必危)’.

군은 어떠한 적의 도발에도 초전박살의 안보태세를 확립해야 한다. 정치권은 국가 안보 위기 상황에 정쟁을 그치고 하나로 결집해야 한다. 그래야 국제사회도 우리를 이해하고 도울 것이다.


우종철 논설주간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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